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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그리고/지난 지도안들

우리 사회문제의 시작에는 '교육'문제가 있다.

 

모두들 공교육이 정상화 되면 사교육은 사라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다시 말해, 학교 교육의 질이 높아지면 학원에 애들을 따로 보낼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다른 집에서 학원 안 보내면, 나도 당연히 보내지 않는다"며 경쟁이 너무 과열 됐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남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식으로 말하죠.

그러나 이런 식의 표현들이 얼마나 위선적인지를 모대학에서 실시한 사교육과 공교육 관련 설문 조사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낸 설문결과가 공개되었습니다. 이에 따르면 공교육이 정상화되어도 학원을 보내는 것을 그만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학부모수가 절대다수이며 이유는 내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좀더 높은 점수를 획득하길 바라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결국 공교육의 부실 때문이 아니라 내 아이가 더 나은 성적을 받아서 더 좋은 대학, 더 좋은 직장 그리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평균 이상의 삶을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의지가 사교육 찬양과 공교육 부실 비판이라는 이중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공교육 즉 학교 안에서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수준의 교육을 받으면서 전적으로 내 아이의 태도와 수준 만으로 아이의 미래가 결정되는 방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입니다. 내 아이가 안되면 부모 능력이라도 더해서 미래를 만들겠다는 식으로 아이의 인생에 개입 하는거죠. 이건 자식 사랑이 아니라 완전한 인격체로서의 독립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심각한 사회현상이기도 합니다.

사교육은 공교육 내에서 등수를 높이기 위한 일종의 '보완재'이며 공교육의 부실과는 상관없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상대평가에서 절대적인 교육의 질은 중요하지 않지요. 마찬가지로 교육제도의 변화도 문제해결의 핵심은 아니죠.

부모의 관심은 '내 아이가 어떤 교육을 받고 있는가' 보다는, '내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얼마나 잘 하는가, 못 하는가'에 집중 됩니다. 이것이 바로 "다른 애들이 학원 안 보내면 나도 안 보낸다"는 평화협정이 성적표를 받아드는 순간 깨지는 이유죠.

사교육 시장의 과열은 군비경쟁과 비슷합니다. 다른 나라보다 무기를 하나라도 더 가지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똑같습니다. 사교육 타파 그리고 공교육 정상화를 외치는 전문가들도 자기 자식은 강남에서 과외를 시키고 싶어하고, 평준화를 주장하는 위정자도 자기 자식은 전과목 과외에 유학까지 보내는 현실이 나타나는 것은 사교육의 이런 특성 때문입니다.

 - 우리 사회에서 가족관계 특히 부모와 자식간에는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독립성의 개념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한마디로 '니 인생이 곧 내 인생'인거죠.  이런 인식 하에서 한 개인의 자유나 인권에 관한 문제는 별로 중요한 주제가 아니게 됩니다.

 - 내가 이미 경험해 봤으니 넌 굳이 실패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는 자연스러워 집니다.  왜냐하면 '내가 곧 너', '부모가 곧 자식'이니 부모가 한 실패의 경험은 자식에게 또 할 필요가 없는 것이 되는 것인거죠.

 

 - 그런데 새로운 세대들은 이제 부모의 인생 즉 노후를 책임질 생각이 없습니다.  지금의 부모들은 노후를 책임지지 않으려는 자녀의 사고방식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변화인지를 아직 알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경험은 '부모 봉양에 열심히 메달리는 과거'에 있지만 아직 자신은 노인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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