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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AIR/오늘 또

박주영, 신의 한 수를 놓다.


 박주영이라는 축구선수가 영주권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10년 정도의 모나코 장기 체류 허가증을 받으면서 병역을 2014년에서 2022년까지 미룰 수 있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마음만 먹으면 나이가 너무 많아서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러서야 입국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축구라는 스포츠를 나이값못할 정도로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축구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병역과 관련된 스트레스에 대해 연민을 가지고 있고 월드컵 16강 정도면 충분히 병역유예, 면죄가 아닌 장기 유예 정도를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입장이어서 자세한 내용을 모른 상태에서 박주영의 10년 유예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내 일처럼 즐거운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런 ***..........

 그게 이런 방법이였다니.......황망스럽다.
 
 10년 유예를 받은 방법은 정말 쇼킹한 내용이었다.  진정 법을 아는 자만이 창조해낼 수 있는 방식이었고 그의 주변에는 능력있는 직원들이 있다는 뜻이니 칭찬의 의미도 있겠다.  법이라는 제도가 모르는 사람에겐 무시무시한 괴물이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에겐 온갖 마술이 되기도 하는 것이니 우리나라의 모든 남자 운동선수들은 박주영의 주변에 있는 뛰어난 인물이 자신을 위해 일하지 않는 것에 관해 슬퍼하시라.  

 이런 방식이 가능하다면 우리나라의 축구선수들 중에서 능력있으면서 병역혜택이 불가능한 선수들은 이제 일본이 아니라 모나코,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AS모나코라는 클럽으로 이적해야 마땅하다.  얼마든지 능력 여하에 따라 마음편하게 운동만 할 수 있게 될테니 말이다.

 그리고 군대를 가야 하는 모든 남자 축구선수들은 개콘의 코너 '감사합니다'를 그의 집이 있는 방향으로 경배할 일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사실 이 일과 관련하여 정말 기분나쁜건 10년 유예받은 방식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건 얼마든지 능력있는 선수를 비싸게 팔기 위해 모나코클럽에서 모나코왕국에 요청할 수 있는 정치적 액션이고 훌륭한 협상이었다고 생각된다.  양측 다 최선의 법적 지혜를 꺼낸 것이다.  
 
 그런데 정말 기분나쁜 것은.......
 그가 아스날로 이적하고 지금까지 정말 많은 시간이 흘렀고 그 시간동안에 그는 왜 이러한 방식의 병역유예에 관해 왜 말을 아꼈을까라는 점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병역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를 누구보다도 더 잘 아는 그가 신문지상에서 그와 관련된 기사의 내용 대부분이 병역과 관련된 이슈를 다루고 있는 것임을 알면서도 왜 자신이 방역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이적하게 되었고 볼을 차게 되었는지를 밝히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병무청에서 최종적으로 유예결정을 내려준게 8월 29일로 나온다.  그렇다면 6개월 이상 전에 유예를 받은 셈이다.

 이게 정말 기분나쁜거다.
 영주권과 거의 같은 의미의 장기체류허가를 받았고 이로 인해 병역이 유예되었음을 밝히는 것이 왜 어려운 일이었는가 하는 것이다. 

  이적할 당시에 이런 상황을 밝혔다면 소속팀이 될 아스널이 가져야 되는 국민적 공분의 주적이 될 것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한 것인가?
 아니면 자신에게 닥칠 도덕적 비난이 애초부터 걱정되어 적당한 때를 기다렸던 것인가? 

 사실 그가 아스널에서 3,4 옵션이 아니라 경기엔트리에 끼지도 못하는 상황이 굳어지면서 이적과 임대 사이에서 국내 언론은 더 심각한 패닉상태로 빠져들고 있었고 이를 더이상 놔두다가는 예상치못한 국면으로 흐를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사실대로 밝혀서 더이상 군문제나 이적과 임대 문제를 놓고 전국민적인 이슈화가 되는 것을 막아야 자신들의 불편한 지혜와 관련된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는걸 막을 수 있다고 본 것인가?

 사실 이런 예상들은 팩트가 아닌 상상일 뿐이다.
 이런저런 상상으로 왜? 왜? 왜?라고 해보지만 정답은 그들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왜 10년 유예라는 팩트를 이제서야 밝히는 것인지는 말이다.

 어쨌던 기분 뮤자게 꿀꿀하다.
 내가 군 복무하면서 받았던 많은 고통과 슬픔들을 떠올리면 더더욱 그렇다.

 능력있는 사람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능력있는 높은 자리에 있는 분들의 적절치 않은 군면제자녀들도 그렇고 축구라는 특별한 능력으로 모나코에서 빅딜에 성공한 그도 그렇고........
그런데 누가 이 어머어마한 사건의 본질을 흐리면서 박주영에게 비상의 날개가 달렸다는 쪽으로 더 부각시키고자 애쓰는 것인가.  과거 이와 유사한 경험을 몇몇 양아치같은 남자 연예인들에게서 경험한 그 기분나쁜 기억이 자꾸 마음 깊숙한 곳에서 스멀스멀거리며 기어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