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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리고/2012

시밀란 투어가 시작되다.

 12년 새벽 0시 20분발 10일간의 시밀란 투어가 마침내 시작되었다.

 4가족이 항상 함께 하던 여행이 이번에는 큰딸과 나, 단 두 사람만의 여행이 되었지만 6일간을 바닷속을 헤맬 일정을 생각하면 초등학교 5학년인 린과 마누라에겐 불편한 여행이어서 아쉽지만 다음 방학으로 함께 하는 시간을 미루고 두 사람만으로 일정을 대폭 줄여 10일 함께 여행하기로 한 것이다.

일정은 이렇다.

1일차 : 쿠알라룸푸르에서 핫야이행 기차를 타자.
2일차 : 핫야이에서 트랑으로 가자.
3일차 : 트랑에서 꼬묵으로 1일 데이투어를 가자.
4일차 : 푸켓으로 버스타고 가자.  저녁에 리브어보드에 승선해서 꿈의 포인트 '시밀란'으로 가자.
5일차 : 하루 죙일 먹고 다이빙하고 쉬고 먹고 다이빙하고 먹고 쉬고 다이빙하고 먹고 야간다이빙
6일차 : 역시 먹고 다이빙으로 4회
7일차 : 역시 먹고 다이빙으로 4회
8일차 : 역시 먹고 2회 다이빙 그리고 저녁 7시쯤 푸켓으로 귀항 후 숙소에서 쉬자.
9일차 : 역으로 핫야이로 가자.  그리고 핫야이에서 다시 침대기차로 쿠알라룸푸르로 고고씽.
10일차:인천으로 되돌아오는 비행기........ 여행 끝.

첫째날.

여행은 첫 기착지 쿠알라룸푸르에서 액땜을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우리 여행은 기본적으로 거지같은 베낭여행이기 때문에 최대한 아끼면서 최고의 여행지를 찾아 다녀야 한다.  그런 연유로 WIFI는 뭐라고 표현할 방법이 없을 만큼 중요하고 또 중요한 여행용품이다.  LCCT(저가항공사 터미널)에 내린 우리는 올 때마다 익숙한 곳 스타벅스 앞에 앉았다.  스타벅스 안이 아니라 앞...... 스타벅스 자체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공짜 WIFI가 되는 훌륭한 곳이니까. ㅋㅋ
그런데 그곳에 앉아 있는데 배가 고프다는걸 느끼곤 딸에게 제안했다. 

아침먹을까?
응.


간단하게 클럽샌드위치 하나, 차 두잔 주문하고 앉아서 맛있게 먹는 딸에게 말했다. 

나, ATM 잠시 다녀올께.
응.

5분쯤 뒤에 돌아와보니 큰딸이 말한다.

아빠 핸드폰이 없어졌어.
응?
뭔 소리야?
몰라. 핸드폰이 사라졌어.

나간 사이에 마시던 차를 쏟아서 정신없이 테이블 치우면서 있었는데 그 와중에 사라졌단다.
한마디로 헐!
여기저길 뒤지다가 없어서 결국 분실신고를 하기로 하고 인터넷에 들어가 제자, 마누라, 흥진중 제자(페이스북) 등을 찾아 부탁했다.
그리고 LCCT 공항 경찰서로 가서 신고하고 핸드폰 보험이 들어있어서 이와 관련된 부분을 처리하기 위한 분실확인서를 발급받았다.

우잉!!!
이런 액땜도 없다.
이제 우린 핸드폰없이 여행을 다녀야 한다.
더더욱 WIFI는 중요해졌다.
그리고 보험처리가 제대로 안된다면 큰딸은 앞으로 핸드폰없이 1년반을 꼬박꼬박 약정금액내면서 사용은 못하게 생겼다.
큰딸의 친구관계는 '사망'이다. ㅋㅋㅋ

하여튼 생난리를 새해벽두부터 치르면서 뻑적지근하게 여행은 시작되었다.
잃어버린건 잃어버린거고.......
일부러라도 남은 여행을 위해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어쨌던 쿨하게 분위기 전환을 한 우리는 다음 목적지인 쿠알라룸푸르 시내로 들어가기 위해 에어로버스를 탔다.

* 두당 편도 8링깃(RM) * 2 = 16 RM

센터럴역에 도착한 후 뻑적지근한 오전을 보낸 기념으로 역내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그리곤 핫야이(태국)로 가기 위한 야간침대열차 티켓을 사러 역내에 있는 KTM 매표소로 고고씽~~
워낙 버스나 미니밴과 같은 여행객을 위한 교통시설이 발달한 곳이 말레이시아와 태국이어서 침대기차 티켓이 없을 것이란 걱정은 안했는데 이런 직통은 없단다. 다 팔렸단다.  
이런~~~
이런~~~
태국과 말레이시아의 국경도시인 파당바사르(PADANG BESAR)에서 환승해서 가야 한단다. 

어쩌겠는가. 까라면 까야지.
표 종류는 프리미어(화장실,세면실이 별도의 방안에 자체적으로 있으며 열라 비쌈), 슈페리어(공동 화장실 안에 코딱지만한 세면장이 있으며 침대 위,아래칸이 한쌍으로 되어서 3,4량이 연결되어 있다. 저 세면대에서 달리는 와중에 코박고 세수하다가 머리가 끼어 잘못되면 자기 책임 ㅎㅎㅎ), 이코노믹(14시간을 앉아서 버텨야 하는, 뒤질 가능성이 많은 좌석) 3가지이며 각각은 다시 3가지의 세부 등급으로 나눠진다.
우리는 슈페리어의 침대 위, 아래칸을 선택했다. 출발 시간은 저녁 9시 20분이고 현재 시간은 오후 1시.... 남은 시간을 알차게 버텨야 한다.


 세 군데를 둘러보기로 한다. 지난 여름방학 때 첫날 숙소였던 백홈 게스트하우스(BACKHOME GUESTHOUSE) 옆 블럭에 있는 인도인 로컬식당과 트윈타워(시간때우기의 핵심 쇼핑센터) 그리고 차이나타운(과일 사먹으러).


 시간떼우기라고 시시껄렁한 곳이라고 오해하지 마시라.
 흔히들 쿠알라룸푸르에 오면 무조건 가야 하는 관광 명소에 포함되는 곳이니까 말이다. 
 게다가 우리에겐 익숙한 곳이어서  충동구매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크게 후회할 일도 없는 스케줄이다.  어쨌던 고고씽!!!

먼저 트윈타워.
지난 여름에는 더워서 다들 아무 생각없이 과일주스 하나 사먹고는 제대로 구경도 안하고 나왔었다.
이번에 제대로 훓어보자는 심사로 지하에서 4층까지 주욱 훓어간다.


여행자들을 위한 가방 가게에서 정말 맘에 드는 것을 샀다. 300RM 정도에.......
하나는 수중카메라하우징용 가방이고 하나는 아이패드 방수팩....
그런데 사고 나와서 보니 시티카드로 결재하면 무려 30% 디스카운터다.
이런....
이런.....
그래서 시티카드로 결재를 하려는데 안된단다.
아니. 왜?
결국 결재취소해 버렸다.
30%가 맘에 걸려 포기하고 말았다. 담에 기회가 또 있겠지 뭐......

쇼핑센터에서 남자가 4,5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고통스러운게 또 없다. 그렇지만 결국 해냈다.
PRETTY GIRL도 아니고 BED GUY에게서 꼬드김당해서 9RM에 사 먹으면 될걸 12RM씩이나 주고 산 BIG SIZE 쥬스가 조금 꺼림찍했지만 큰 돈 쓰지 않고 전시회도 하나 보고, 이것저것 아이쇼핑도 하고...

이젠 해가 뉘엿뉘엿 지려하니 밥먹으러 가자.
영수증나오는 레스토랑은 안되고 로컬 식당으로 가자.
전철티켓을 사려고 줄을 섰는데 중국에서 온 할아버지가 현지인 커플에게 차이나타운을 묻는데 제대로 답변을 못해준다.
이런, 이런.......

바로 끼어든다.
이 역에서 내리지 말고 이 역에서 내려서 센트럴마켓구경하고 차이나타운으로 가면 된다고 하니 쎄쎄란다. ㅎㅎㅎ
여튼 마시드자막역에 내려서 익숙한 길을 따라 인도인 로컬식당으로 간다.
인도인들이 운영하는 인도인들을 위한 이 로컬식당은 지난 여름과 전혀 다를 바 없이 여전했다.
손님이 오건 말건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부터 뭘 시키던 심심한 반응까지......
지나가던 행인이 잠깐 실수로 일도와줘도 이보단 더 나을듯....하지만 묘하게 이게 매력이다.  5분, 10분을 주문안하고 있어도 관심안둔다. ㅎㅎㅎ

하여튼 주문하고 맛있게 먹었다.  
우리가 난이라고 알고 있는 짜파티는 딸이 그렇게도 먹고싶어 하던 것이어서 세개나 시키고 난 south indian rice set !
그냥 쉽게 이것저것 채식양념과 밥이 바나나잎위에 올려져 나오는데 오른손으로 쭈물딱 쭈물딱해서 비벼먹으면 된다.
근데 요게 완젼 맛있다. 이거.....

요령은 다섯손가락으로 쭈물딱한 다음에 다섯 손가락을 오무려 비빈 밥과 반찬을 손가락 안으로 뜬 다음 입안으로 넣으면서 엄지손가락으로 뒤쪽부터 밀어넣는게 핵심이다.

 

 우리 비빔밥은 달고 맵고 그런데...남부인디아인들이 먹는 요건..........아~~~ 표현을 못하겠다. 특유의 향신료 맛이 더해져서 완전 맛있는데..........설명할 길이 없다.
그리고 왼손은 절대 안된다.  
많은 녀석들이 아직도 왼손으로 뒷처리를 한다.
그래서 왼손은 절대 금지다. ㅋ

하여튼  
맛있게 먹고 나와서 차이나타운으로 내려간다. 이 길로 가면 자연스럽게 센터럴역이 가까워지니 맘이 편하다.
차이나타운.......

싱가포르 차이나타운은 심심한 분위기로 쩌는데 이곳은 진짜 차이나타운답다.
시끄럽고, 정신없고,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가득한 곳이다. 그래서 많은 여행객들이 이곳으로 모여든다. 카오산만큼은 아니어도......
이곳에서 과일꼬치 사먹고 바로 센트럴역으로 고고씽이다.
센트럴역에서 1시간 정도 기다리며 노트북 충전도 좀 시켰다.
관광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나라들은 달라도 무언가가 다르다.  관광객들이 무엇이 필요한지를 세심하게 다 챙겨놓는다. 어디에서나 전원을 꽂을 수 있는 곳을 다 만들어 두었다.
이제 태국으로 넘어갈 시간이다.
저녁 9시 20분 기차.
아침 8시 30분 PADANG BESAR 도착 후 1시간 뒤에 다른 기차로 핫야이행.
이게 스케줄이다.
그동안은 12시간의 확실한 휴식이 보장되는 황금시간 영역이다. 그냥 침대에서 널부러져 쉬면 된다.
기차 안으로 들어서니 1/3 쯤 흰둥이들, 그외엔 동남아시아인들과 현지인들 그리고 중국인, 한국인인 우리 두사람.


이 즐거운 여행을 설명할 길이 없다.
패키지로 여행을 다니는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다는데 정말 동의하기 힘들다.
 나이가 들어서 힘이 없어서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언어문제는 전혀 이유가 되지 못한다.  이번에 또 한건했다. 언어문제로......

LCCT(저가항공사인 에어아시아 메인공항)에 도착해서 입국심사를 받는데 담당자가 얼마나 머무를 거냐고 묻는다.
그래서 내가 대답했다.

10일 있을거라구..........
stay ten years........ 허걱 ㅠㅠ
말하고 나니 완전 대박이다.  10년이라니..........대체 난 빽이 얼마나 큰 빽이 있길래 관광비자로 10년을 머무를 수 있다는 말인가.

입국심사대에 앉은 녀석이 두 눈을 둥그렇게 뜨고 다시 묻는다.
'진짜?"
"오 노~~~ 10일 있을거야. 10일"

아. 쪽팔려. 진짜.
딸도 웃고 옆 라인에서 심사받고 있던 흰둥이 아가씨도 웃는다.
여행나올 때마다 이렇게 한건씩 꼭 한다.

하여튼 이 즐거운 침대기차칸에서의 12시간이 시작되었다.
화장실가서 발도 씻고, 양치도 하고, 덤으로 쉬도 하고......... 맨발로 내 침대로 와서 옷갈아입기 위해 커텐을 치니 행복이 따로 없다.  피곤한 베낭여행객의 온 몸이 금새 나른해지고 윗층에서 아빠를 부르는 딸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잠깐 잠깐 잠을 깨긴 했지만 이동하면서 숙박도 해결하니 이처럼 좋은게 없다.
완전 짱이다. ㅎㅎ

 하여튼 시작은 당혹스러웠지만 나쁘지 않은 흐름이다.  내일은 훨씬 좋은 만남과 시간들이 기다릴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세상의 모든 여행자들이여 모두 굿이브닝. 굿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