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그리고/2012

시밀란 ver 3. 파당바사르, 그 당혹감.

침대기차로 이동하는 여행은 한마디로 축복입니다. 
숙소비용과 이동비용을 동일하게 만드는 것이니.......
그 좁은 세면대(냉면그릇 사이즈)에서도 할건 다하고 잠자리(?)로 와서 피곤한 백팩커의 몸을 뉘여 봅니다. 

'아....... 좋습니다. 끝내줍니다.'


2층 침대와 1층 침대 사이의 틈 사이로 사진기를 들이민 큰딸이 한 컷을 남깁니다. 
역시 촌스런 아저씨의 상징...... V 포즈.

'잘 자. 큰딸'
'응, 아빠도 잘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첫날밤은 행복한 시작입니다.

 새벽녂에 날이 밝아오는걸 느끼며 잠에서 깨어납니다.
 10여분 여명을 바라보며 앉았다, 누웠다를 반복하는데 위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빠.......'
 '응. 딸 일어났어?'
 '일어나긴 아까 일어났지. 근데 아빠. 왜 사진이 자꾸 흔들리지?'
 "응?'

 딸내미가 여명을 찍는데 사진이 자꾸 흔들린다며 봐달라는군요.
 일어나긴 벌써 일어나서 사진을 계속 찍었는데 깔끔하게 나오지 않았나 봅니다.
 잠깐 조리개와 셧터 스피드 그리고 감도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눈 후 딸내미가 사진 몇 장을 남겼나 봅니다.

 

여명은 나라마다 제각각이고 제 맛이 다 있습니다.
지리산에서 맞이했던 여명과 태국행 침대기차에서 맞은 여명은 다른 맛입니다.

기찻길옆으로 드문드문 이어진 민가들 가운데 찍힌 한 장인데 참 깔끔한 시골집입니다. 
이 정도면 꽤 사는 집이죠?  

하여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다보니 이 열차의 종착역인 파당 바사르까지 다온 것 같습니다.  
그럼 내려야죠.
그리고 갈아타야하구요.
파당 바사르........말레이시아와 태국의 국경역입니다. 
버스나 자동차 혹은 기차로 국경을 넘는 사람들이 꼭 하차해서 입국, 출국심사를 받아야 하는 곳.....
역은 그야말로 한산한 시골역입니다.


요런 테이블 열두어개 정도가 전부인..... 음식값도 충분히 저렴한........ 식당 하나가 전부인 역.
가난한 백팩커들에게는 그야말로 천국인 곳.......


뮤자게 단 커피와 과일쥬스 그리고 충분한 양의 밥 한끼....... 13밧 정도가 안되었던.
파당바사르에서 핫야이까지 가는 기차는 한 시간뒤에 있습니다. 그리고 열차는 시간 변경선을 넘어서 계산되니 헷갈리지 않아야 합니다.
 국경을 넘으면 바로 한 시간 뒤로 계산해야 합니다.
 까닥 잘못하면 여행 전체가 일그러지기도 합니다.
 40여분을 기다린 후 플랫폼으로 내려가는데.........어? 플랫폼에 아무도 없습니다.
 알기로는 분명히 환승할 무리들이 있었는데......
여행의 경험으로 바로 느낌이 옵니다.
 이거 문제가 생겼다는걸.......
 이런 젠장할........

 황급히 역무원을 찾아 갑니다.
 그놈도 영어가 잘 안되고, 저도 잘 안되니 최대한 서로의 의사에 근접해야 하는 신공을 발휘해야 합니다.  
 근데 이놈이 자꾸 뜬금없는 말을 합니다.
 정상적으로 열차가 운행된다면 핫야이행 플랫폼이 어디며 왜 승객들이 없느냐와 같은 대화의 흐름에서 나오지 말아야 할 단어를 자꾸 내밷습니다.

 'water full........'
 'water full......... no service hot yai'

 5분이 채 지나지 않아서 제 머리를 때리는 뉴스가 있습니다.
 홍수로 도시의 반이 침수된 방콕 관련 출국전에 보았던 뉴스........ 이런 된장할........ 남부로 내려온거야?  이넘의 홍수가?
 그래서 기차가 못가는거야? 그런거야? 
 그럼 이 표는 어떻게 되는거지?
 환불받을 수 있는건가?
 환불은 받는다쳐도 육로 스케줄을 다시 짜야 하는데..........아. 미치겠습니다.

 우선 환불받으러 가야 합니다.
 이게 제일 먼저입니다. ㅎㅎ
 리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니 자길 따라오랩니다. 환불받을 곳을 향해 가면서 슬슬 걱정이 됩니다.  핫야이에서 환전할 생각으로 미리 밧트로 환전한건 아예 없는데........아 된장할.....

 환불을 받고 물었습니다.
 핫야이로 어떻게 가야 하냐고........

 대답은 간단합니다.
 '미니버스' 혹은 '정기운행 버스'.......... 돈많으면 택시.
 '땡큐...........'

 두녀석 정도가 택시 어떻냐고 합니다.
 패스......
 국경검문소로 가서 큰딸 세워놓고 메이뱅크로 달려갔습니다.  우선 급한대로 100링깃 정도를 뽑았습니다. 그리고 출국심사받고 걸어서 한 10분 정도 걸어가니 태국쪽 군인들이 보이고 이녀석들에게 여권보여준 후 100미터 정도 더 걸어가니 태국 영토로 나가는 정문이 보입니다.

 '어........?'

 '여긴 입국심사안받고 바로 통과인가'
 '이럴리는 없을텐데........'
  
 그런데 태국쪽 정문으로 나가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럼 이렇게 입국하는건가?

 태국영토 한 발 앞에서 고민합니다.
 딸내미는 왜 안가냐고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한걸음 더 나가면..........이건 '밀입국'입니다.
 입국심사를 받지 않고 태국영토로 들어섰으니 말이죠.
 황급히 입국심사받는 데스크를 찾기 위해 주변 사무실로 들어가 물어봅니다.

 
사무실안에 있는 이넘이 씨익 웃으며 너같은 놈 많이 봤다는 표정으로 어느 방향을 가리킵니다.
 
'아........ 좆될뻔 했습니다.'

 까딱 잘못했으면 밀입국 신분으로 추방당할뻔 했습니다.
 
 다시 꺽어서 돌아야 나타나는 태국입국심사대로 가서 입국심사받고 여권에 입국허가도장받고 태국 땡볕으로 나섭니다.
 아.........
 진짜 좆될뻔 했습니다.
 백팩커들은 따로 떨어지면 예상치못한 변수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게 언제이던 한번은 꼭 찾아 옵니다.  항상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ㅎㅎ

하여튼 태국으로 넘어왔습니다.
참나......... 쪽팔리게 출입국심사 한두번 받은 것도 아니면서........
한순간의 선택으로 좆될뻔 했습니다.

그렇게 쇼를 하면서 태국으로 넘어왔는데 핫야이가는 길에 탈만한게 없습니다.
그 흔한 어디어디 행 버스나 미니버스 같은 호객꾼들도 없습니다.
역시 외국 여행객들이 잘 안다니는 곳이어서 그렇습니다.
대부분 일행들과 함께 무리로 움직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낙동강 오리알되는 여행객이 없어서이기도 합니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서 큰딸에게 생떼를 써서 경찰서로 가서 핫야이가는 버스 어디서 타야 하는지 물어오라고 합니다.
왠일로 큰딸이 더위를 무릎쓰고 갔다와서는 여기서 기다리면 된답니다. ㅎㅎㅎ

옆에 있던 현지인 녀석이 친근한 웃음을 보이길래 직감합니다.
이넘 잡아야 한다.
백팩커는 요걸 잘해야 합니다.
도움이 될 넘인지 아닌지를 순간의 찰나에 판단해내야 합니다.
그래야 돈이 안들고 몸이 덜 피곤하게 됩니다.
아니나다를까 이녀석 친절함으로 중무장한 녀석입니다.
자기 이야기도 술술술.......
우리 이야기도 솔솔솔 들어주는.......그야말로 이게 왠 떡이냐입니다.

즐거운 여행이 시작됩니다.
이녀석이 타라는 버스 타고 가면 됩니다.
게다가 태국돈도 없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인간 환전기 역할도 가능합니다.
이녀석 신상털기를 했더니 이렇습니다.

원래 이녀석은 말레이시아 녀석입니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불교와 선수행에 빠져서 태국에 매년 한달 이상 선 스승님찾아 온답니다.
지금 말이죠.
이녀석이 이야기를 시작할 때 제게 물었습니다.
'말레이시아 어때?'
'굿, 엑설런트.......알럽 말레이시아, 알럽 타만네가라, 알럽 말레이시아의 자연, 알럽 말레이시아 사람들'
요 대답이 무척 흡족했나 봅니다.
물론 어김없이 제게 단정적으로 말했죠.
'아 유 재패니즈?'
'ㅠㅠ 나 한국놈이야'


이젠 포기했습니다.
모든 녀석들도 제게 어김없이 일본놈이냐고 하니 말이죠.  
게다가 이녀석이 자기 스승님 팬던트라며 두개를 스윽 건넵니다.

아.........
정말 감동입니다.  백팩커들의 여행은 바로 요맛에 하는거죠.

마음과 마음이 자연스레 통하고 이어지는........요 맛에.......

하여튼 시골버스를 탔습니다.

시골버스는 정겹고 흥겹습니다.
뒷자리는 동네 젊은놈들이 흥얼거리는 장소인건 똑같고 좌석과 좌석 사이는 경계가 없습니다.  그 경계가 없는 거리를 사진으로 남깁니다.

1시간 이상을 달렸으니 꽤 먼기리였지만 의자와 의자 사이에 놓여진 거리만큼 사람들은 섞여 있었고 자연스럽게 어깨를 맞댄 모습으로 오랜 시간 함께 갑니다.

즐거운 시간이죠.
이 순간을 놓치면 안됩니다.  여행사진에서........

아........
버스 안내양(아줌마?)이 차비를 걷으며 뒤로 옵니다.
아....... 밧이 없는데 링깃 밖에 없는데.......
그냥 떼를 써야 합니다.
그렇지만 아직 희망인 히든카드가 있습니다.
함께 즐겁게 대화나누던 녀석..............
아니나 다를까 열심히 변호해 줍니다.
머 대충 그런 대화 분위기입니다.

'이 한심스런 코리안 부녀가 환전도 안하고 말레이시아에서 넘어 왔는데 태국을 자주 오는 것 같다.  그냥 말레이시아 돈으로 받는게 어떠냐'
'이런 한심스러운 녀석들 때문에 귀찮아 죽겠는걸.......'
'알았어. 니 얼굴봐서 받지 뭐...... 링깃'

그저 고맙습니다.
ㅎㅎ

어쨌던 핫야이 터미널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꼬묵 데이투어를 위한 뜨랑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티멧을 끊은 후 우리 두 부녀에게 무한 친절을 베풀어준 녀석에게 션한 콜라 캔을 하나 쏩니다.
이 콜라캔이 밥값과 동일합니다.  공산품값은 전세계 어디나 디지게 비쌉니다.
콜라값이 밥값과 같다니........이런 된장할......... ㅋㅋㅋ

 

 3부는 다시 또 뜨랑에서 이어집니다.